예전 어느 정부 때 환경부 장관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고른 장소는 놀랍게도 한 햄버거 체인점이었다. 그와 점심을 먹고 나니 쟁반 위에 온갖 일회용품이 가득했다. 그를 만나 나눈 얘기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쟁반 위에 쌓여 있던 알록달록한 쓰레기는 이미지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일회용품을 거침없이 쓴다. 심리적으로 찜찜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래도 되는 거야? 며칠 전에 한 행사에 갔더니 도시락을 나눠줬다. 먹고 나니 역시 한 보따리의 일회용품들이 남았다. 일회용 수저, 그 포장지, 국물을 담는 그릇, 반찬도 각기 다른 일회용 그릇에 담겨져 최종적으로 역시 일회용품인 ‘틀’ 안에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을 모두 담는 별도의 비닐포장지까지. 거기에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도 더해지고 말이다. 두 사람이 다 먹고 제공된 비닐에 담아보니, 쌀 한말들이 정도의 부피가 생겼다. 우리 마음에도 그만큼의 부담감이 쌓여버렸다.

 

 

일회용품은 번다한 일상을 간편하게 해주지만, 반드시 두 가지 후유증을 남긴다. 물론 하나는 환경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죄책감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이런 문제로 심리적 통증까지 겪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래도 되는 거야?’

 

지난 여러 정부에서 일회용품 금지 법률을 ‘규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풀어버렸다. 일상적으로 들르는 커피숍에서 일회용품에 음료를 담아 소비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버린 쓰레기가 얼마이며, 일회용품을 생산하기 위해 쓴 에너지는 또 어느 정도이겠으며, 다시 재활용하기 위해 쓰는 비용과 환경오염 문제는 얼마나 심각했을지 가늠키조차 어렵다. 일회용품 문제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수거와 재활용을 잘해도 후유증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재활용을 100% 할 수도 없고, 하더라도 열처리를 해야 하므로 환경오염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요즘 미래 세대에 주는 부담으로 꼽는 지구 기상 대이변의 주범인 ‘온실가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우려로 다시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됐다. 환영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작 일선의 커피숍에서 머그잔과 유리잔을 써보니 반대하는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아무 문제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더운 커피는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오니 어쩌니 염려를 벗어나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아이스커피는 투명한 유리잔이 주는 촉감까지 상쾌해졌다. 혹시 스스로에게 묻게 되지 않던가. 아니, 그동안 왜 그렇게 일회용품을 써야 했지? 아무 문제 없잖아?

 

사실 지구상에서 가장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이다. 게다가 재활용률은 형편없이 낮다. 우리는 이른바 경제발전국 중에서 일회용품 사용률은 낮고, 재활용률은 높다. 우리가 아무리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도 거대 에너지 사용국인 미국이 시큰둥하면 지구 환경 악화를 막는 데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사실 그것이 우리의 진짜 고민이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어쨌든 머그잔에 담긴 커피는 더 맛있으니까.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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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