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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드라마토피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6.02 걸그룹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
  2. 2017.05.08 막장드라마도 탄핵감이다
  3. 2017.01.13 ‘솔로몬의 위증’과 세월호 이후의 학원물

최근 걸그룹 씨스타가 마지막 곡을 발표하고 그룹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걸그룹 전성기’를 열었던 원더걸스, 카라, 투애니원, 포미닛 등이 이미 줄줄이 해체한 뒤다. 아직 소녀시대가 있긴 하지만, 핵심 멤버 제시카가 탈퇴 이후 개인활동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세대 걸그룹’ 시대가 저문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해체는 예의 아이돌의 ‘7년차 징크스’를 또 한번 확인시켜준다. ‘7년차 징크스’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획사의 아이돌 착취를 막기 위해 마련한 표준계약서의 최대 계약 기간에서 비롯된 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돌그룹이 이 기간 종료 뒤 재계약 장벽을 넘지 못하고 완전체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특히 이 장벽은 걸그룹에게 유독 더 높게 다가온다. 외모, 나이, 인성 등 모든 면에서 보이그룹보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받는 걸그룹은 그만큼 수명도 짧을 수밖에 없다.

 

KBS가 제작한 웹예능 <아이돌드라마 공작단>의 출연 인물들.

2세대 걸그룹의 퇴장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뒤를 이을 3세대 걸그룹 콘텐츠의 상대적 협소함 때문이다. S.E.S와 핑클 등 소위 ‘국민요정’으로 소비된 1세대 걸그룹에 뒤이어 등장한 2세대 그룹들은 전보다 다양한 개성과 무대로 이른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옆집 소녀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세대 초월 신드롬을 일으킨 원더걸스, 완벽한 군무와 보컬을 선보인 ‘걸그룹의 정석’ 소녀시대, 당당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의 투애니원, ‘큐트섹시’ 카라 등 다채로운 끼와 매력으로 무장한 2세대 걸그룹은 제2의 한류를 이끌어내며 K팝의 위상을 높인 주역이다.

 

이에 비해 트와이스, 여자친구, 러블리즈, 오마이걸, 우주소녀 등 ‘3세대 걸그룹’은 주로 귀엽고 미성숙한 소녀 이미지에 갇혀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들의 무대나 뮤직비디오에는 일본식의 짧은 교복 치마와 핫팬츠인 부르마 체육복, 테니스 스커트 등 롤리타콤플렉스 혐의를 받는 의상이 단골 출연하고, 애교 섞인 몸짓이 포인트 안무로 강조된다. 이러한 경향은 얼마 전 아기 턱받이 의상을 착용하고 ‘어른이 된다면’이라는 곡을 부른 신인 걸그룹 보너스베이비의 무대에서 절정을 이뤘다. 점점 수동적이고 유아적으로 뒷걸음질하는 걸그룹 무대의 다른 한편에서는 Mnet <프로듀스 101>, JTBC <잘 먹는 소녀들>, KBS <본분 올림픽> 등 가학성을 극대화한 걸그룹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방영되었다. 

 

이처럼 걸그룹 콘텐츠의 퇴행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얼마 전 주목할 만한 두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SBSfunE 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아이돌마스터.KR- 꿈을 드림>(이하 <꿈을 드림>)과 KBS에서 제작한 웹예능 <아이돌드라마 공작단>이다. 일본의 유명 아이돌 육성 게임을 원작으로 한 전자에서는 실제 오디션으로 선발된 걸그룹 ‘리얼걸 프로젝트’가 직접 성장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후자에서는 여러 걸그룹의 멤버들이 모여 직접 대본을 쓰고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이 프로그램들은 공통적으로 드라마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을 찾았다. 단편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무대나 예능 프로그램보다 좀 더 길고 안정적인 서사 안에서 걸그룹의 자의식적 목소리가 진지하게 드러난다.

 

먼저 <꿈을 드림>은 제목처럼 소녀들의 꿈과 성장을 강조한 ‘청춘 힐링 드라마’를 표방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걸그룹 멤버였으나 교통사고로 비운의 죽음을 맞은 쌍둥이 동생을 대신해 숨겨왔던 꿈과 재능을 자각하는 수지(이수지), 어린 시절부터 연예인을 꿈꿨지만 번번이 오디션에서 좌절하는 최장수 연습생 영주(허영주),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진 시대에 유일한 신분상승 수단이 된 아이돌에 목숨 거는 흙수저 출신 지슬(차지슬) 등 걸그룹 이전에 평범한 청춘으로서의 고민이 성장드라마에 함께 녹아든다. 비록 전체적으로는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와 아이돌 육성 게임 원작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자기 고민이 담긴 소녀들의 담담한 내레이션을 듣는 것은 그 자체로 희귀하고 유의미한 경험이다.

 

‘본격 아이돌 자서전 드라마’를 목표로 한 <아이돌드라마 공작단>은 더 인상적이다. <프로듀스 101>에서 선발된 IOI 출신 전소민, 역시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김소희, 마마무의 은별, 레드벨벳의 슬기, 러블리즈의 수정, 오마이걸의 유아, 소나무의 디애나 등 여러 걸그룹에서 모인 7명이 주인공이다. 첫 회에서 이들은 한 드라마 오디션 현장에서 평가받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남성 심사위원들이 요구하는 그대로 연기와 개인기를 선보여야 하는 오디션 장면은 걸그룹의 현실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제작진 눈에 들지 못하고 모두 탈락한 멤버들은 “오디션에 붙을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2회는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걸그룹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는 내용이다. 휴대폰 금지, 다이어트 강요, CCTV 감시 등 인권 착취 상황의 고발을 통해 소녀들은 자연스럽게 연대의 공동체를 구축한다. 그리하여 프로그램은 금기와 억압의 세계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 소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적 발언권을 축소당한 여성 전통 안에서 자전적 서사가 지니는 의미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시도만으로도 분명 인상적이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에서 과연 두 프로그램이 단순히 시도를 넘어 걸그룹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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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 5월 5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 모두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 사건을 막장드라마에 비유했다. 사이비, 비아그라, 호스트바, 치정, 약물중독 등 사건 관련 단어의 저급함만 봐도 기존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달랐으니 그럴 만하다. 오죽하면 한국식 막장드라마에 익숙한 일본에서도 이 사건을 인물관계도까지 그려 소개하며 ‘막장 한류드라마’라는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국정농단 사건과 막장드라마가 닮은꼴인 건 단지 자극적인 키워드 때문만이 아니다. 그 이면에 깔린 핵심 속성, 즉 사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골적 탐욕이야말로 더 본질적인 공통점이다. 그런 면에서 두 막장드라마는 물질적 가치에 다른 모든 가치가 종속된 괴물 같은 이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SBS가 방영 중인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의 포스터(왼쪽 사진)와 김 작가의 전작 <내 딸, 금사월>의 한 장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심판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게이트처럼, TV 시청률의 제왕인 막장드라마 또한 쇠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사례 하나를 막장드라마의 새로운 대모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최신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SBS에서 방영 중인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김순옥 작가의 종합선물세트’로 떠들썩하게 홍보됐다. 김순옥은 막장드라마 흥행의 핵심인 자극적 갈등의 동시다발적 진행을 가장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그려내는 작가다. 이번 신작에서는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스토리, 불륜, 재벌가의 암투, 복수 등 막장드라마의 필수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올려 극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가령 김순옥표 복수극은 여주인공 세 명의 삼중 복수극으로 확대됐고, 갈등을 견인할 김순옥표 악녀도 투톱으로 배치됐다. 오프닝만 봐도 얼마나 ‘센’ 드라마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시작은 결혼식 장면이다. 신부 강하리(김주현)가 직접 축가를 부르며 파격적으로 등장한 예식이 끝나고 신혼부부는 친구에게서 빌린 웨딩카를 타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갑자기 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나고 순식간에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장면이 바뀌자 이번엔 화재 현장이다. 화마에 휩싸인 건물 안에서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고, 밖에선 엄마 김은형(오윤아)이 딸의 이름을 부르며 몸부림치고 있다. 장면은 또다시 바뀐다. 한 건물 옥상이다. 왕년의 스타배우 민들레(장서희)가 스토커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채 비명을 지른다. 각각의 사건 현장으로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가 출동한다. 그리고 그 구조차들이 한 고속도로에 모였을 때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여자 양달희(다솜)가 나타난다. 미친 듯이 폭주하던 그녀는 순식간에 4중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구조차들은 모조리 전복되고 만다. 구조를 기다리던 이들은 결국 동시에 사망한다. 이 모든 사건이 드라마 시작 3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종합선물세트’라던 제작진 말대로 자극성과 속도감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유불급이다. 수많은 막장드라마를 통해 올라갈 대로 올라간 자극의 역치에 둔감해진 탓에 웬만한 설정은 더 이상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적지근하다. 온갖 자극적 설정을 고밀도로 채워 넣은 것으로도 모자라 김순옥 흥행신화의 시작인 <아내의 유혹> 주역이자 ‘막장드라마의 치트키’라 찬양받는 장서희를 주연배우 중 한 명으로 소환했음에도 그렇다. 고장난 브레이크와 질주하는 자동차, 4중 추돌사고가 낳은 참혹한 현장은 이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 한계를 모르고 폭주하던 막장드라마 자체가 맞이한 재난 상황의 은유처럼 보인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김순옥의 전작인 MBC <내 딸 금사월>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희대의 악녀 연민정 신드롬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왔다 장보리> 이후 내놓은 차기작이다. 여기에서 김순옥은 모녀 2대에 걸친 이중 복수극으로 자극의 역치를 한껏 높여 안정된 시청률은 확보했으나 전작만큼의 흥행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몇 회 걸러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인물들이 동반추락하며 충격효과를 노렸음에도 돌아온 건 사상 초유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세 차례 제재라는 불명예뿐이었다. 그리고 김순옥의 전작을 모두 합친 듯한 <언니는 살아있다>는 말하자면 최후의 ‘올인’ 승부수지만 역시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막장드라마 쇠퇴의 징후는 이 밖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순옥에 앞서 막장드라마의 원조 대모 중 한 명이었던 임성한이 ‘임성한월드의 종합선물세트’임을 선언했던 MBC <압구정 백야>의 신통찮은 반응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것은 이미 상징적인 사례다. 또 다른 막장드라마의 원조 대모 문영남 작가의 최근작 <우리 갑순이> 역시 방송 사상 최초로 데이트 폭력 문제로 방송통신심의 대상에 오른 작품이라는 불명예 기록만 남긴 채 저조한 반응 속에 종영됐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를 방영한 SBS는 시청률 침체가 계속되자 결국 주말극을 폐지하고 토요드라마로 편성전략을 바꿨으며 또 하나의 막장드라마 시간대인 저녁일일극 폐지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막장드라마의 근본적 원인인 시청률 지상주의와 수익 극대화의 제작 풍토가 만들어낸 고 이한빛 PD의 비극은 가장 확실한 비상 사이렌 소리다. 막장드라마의 폐해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 경고음마저 멈추기 전에 막장드라마는 탄핵당해야 한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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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교내 경시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고등학교, 무거운 적막을 뚫고 비상 사이렌이 울린다. 시험장을 빠져나온 한 아이가 ‘Exit’ 조명이 홀로 빛나는 어두운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다. 이윽고 옥상 끝에 선 아이는 교정을 내려다보고, 까마득한 아래로 무언가가 ‘쿵’하고 떨어져 내린다. 2013년 방영된 KBS 학원드라마 <학교 2013> 속 한 추락 시퀀스는 한국 청소년들의 비관적 현실을 그대로 압축한 그 해의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청소년 자살률, 불행지수, 무지막지한 학업시간 등 부정적 지표에서만 세계 최상위인 나라, 비상 사이렌은 그 출구 없는 미래에 대한 경고음이며 추락의 이미지는 막다른 절망의 표현이었다.


최근 드라마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는 한국 사회를 향해 울리는 학원물의 비상 경고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의 학원물 안에서 학교는 단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얼룩진 폭력의 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를 압축한 지옥도로 묘사된다. <학교 2013>의 후속 시리즈인 KBS <후아유-학교 2015>는 학교폭력이라는 기존의 주제를 이어받으면서 훨씬 어둡고 잔혹해진 폭력의 풍경을 그린다. 폭행, 성추행 등 노골적인 물리적 폭력이 이어지는 경남 통영이나, 은밀한 심리적 따돌림이 행해지는 서울 강남의 학교는 이미 어디에나 폭력이 편재(遍在)된 ‘헬조선’의 축소판이다. 같은 해 방영된 JTBC <선암여고 탐정단> 역시 다섯 소녀들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명랑 시트콤 같은 외피 안에 집단따돌림, 시험부정, 연쇄 성폭력, 낙태, 동성애 혐오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동시기에 방영된 MBC <앵그리맘>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엄마가 학생으로 위장 잠입해 사학재단 비리를 파헤친다는 스토리 안에는 영화 <내부자들> 못지않은 검은 권력의 커넥션에 대한 고발극이 담겨 있다.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의 한 장면.


이 잔혹한 지옥도 안에서 아이들이 무수한 유령이 되어 떠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후아유-학교 2015>에는 집단따돌림에 시달리다 자살하거나 실종되고 무관심 속에서 죽어간 아이들, <선암여고 탐정단>에는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의 그림자가 극을 관통하고 있다. <앵그리맘>은 아예 살해당하고 그 진실을 은폐당한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해 재단의 탐욕으로 인한 부실공사 건물 붕괴사고까지 다룬다. 이쯤 되면 최근의 학원물은 흡사 재난 스릴러처럼 보일 정도다. 공교롭게도 모두 2014년 후반기 이후 등장한 이들 작품의 비극적 분위기에는 필연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실제로 <앵그리맘>은 기획 의도에서부터 명백하게 세월호 참사를 은유했다. 대한민국 부정부패의 종합축소판으로서 세월호와 학교, 그 아래서 많은 희생을 당한 10대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이후의 학원물이라면 이제 분리할 수 없는 주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제일 주목할 만한 학원물은 JTBC 금·토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이다.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그 파장을 그린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국판은 1990년대 발표된 원작을 현재의 우리 사회로 가져오면서 보편적 성장기를 세월호 세대의 비극으로 각색했다.


배경부터가 한국의 학벌 구조와 입시위주 교육의 병폐가 압축된 명문 고등학교로 바뀌었고, 부패한 기성세대와 학생들의 대립구도가 부각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학원물 가운데 세월호 세대의 분노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가령 <앵그리맘>에서는 분노하는 엄마가 영웅적 해결사로 나섰고, <선암여고 탐정단>은 학생들이 사건 해결의 주체였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실질적인 시나리오 설계자 하연준 교사(김민준)의 각본을 벗어날 수 있었다.


<솔로몬의 위증>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한 아이가 죽었다. 늘 교실 뒤에서 조용히 방관하는 듯했으나 때때로 학내의 모든 모순을 꿰뚫어보는 듯한 이소우(서영주)라는 아이였다. 학교는 그의 우울증 경력과 부적응 행동을 들어 쉽게 자살로 결론짓는다. 하지만 그와 같은 반이었던 몇몇 학생들은 여기에 의문을 품는다. 소우는 죽기 전 정국고의 폭군으로 군림하는 최우혁(백철민)과 충돌했고, 그에게 일방적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몰렸다. 징계 전 학교 측을 냉소하며 스스로 교정을 떠났던 그가 크리스마스에 학교 옥상에서 추락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와 우혁이 벌인 싸움의 목격자였으나 증인으로 나서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던 모범생 서연(김현수)은 어느 날 그가 우혁에게 살해당했다는 고발장을 받고 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


서연과 친구들이 이소우 사건을 밝히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그동안 이 비극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어른들이 급기야 ‘이렇게 된 건 모두 너희 탓’이라고 비난하는 모습까지 봤기 때문이다. 순종적이던 서연이 교사의 침묵 강요에 저항하며, “여태까지 우린 어른들 말만 들으며 가만있었어. 도와주겠지. 해결해주겠지. 기다리고만 있었어…. 나는 이제 우리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아무도 안 알려주면 직접 알아내서라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가 밝혀내자”라고 반 아이들을 움직이는 장면은 바로 지금 세월호 세대가 광장에서 기성세대에게 보내는 분노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학생들이 진실을 파헤치는 형식이 재판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이들의 재판은 때마침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가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이 정국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위증을 행하는 현실의 어른들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솔로몬의 위증>은 ‘가만히 있으라’는 기성세대의 억압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적 항변이다. 이제 기성세대가 ‘가만히’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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