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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00년.’

요새 식당가 간판의 한 풍경이다. 오래된 식당이 좋다는 믿음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보통 노포(老鋪)라는 한자어를 많이 쓴다. 노(老)자는 안정감을 주고 신뢰를 드러낸다. 중국어와 한자어에서도 이 글자는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존경의 의미를 담는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 자체가 믿음이 된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에서 100년 넘은 식당은 한 개 정도가 겨우 명맥을 잇고 있으니까 말이다. 해방 전에 생겨서 지금껏 운영하는 집도 대여섯 개나 될까 모르겠다. 1970년대에 식당이 많이 생겼지만, 지금껏 하고 있는 집이 드물다. 그래서 1970년대생 식당들은 나이로는 장년에 불과하지만 모두 노포 축에 든다. 왜 그럴까. 이 동네에서는 이렇게 추측한다. 첫째, 힘든 일을 자식 대에 넘기고 싶지 않아서 폐업했다. 그렇다. 식당은 험한 직업이다. 자식이 같은 일을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도울라치면 “너, 가서 공부해!” 하고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노포를 이어받아 하는 2세들은 기억한다. 식당 집 자식. 별로 ‘있어 보이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대를 물리지 않았다. 그렇게 스러진 노포가 많다. 1960~70년대에 생긴 노포가 많았던 피맛골에서 장사했고, 나중에 포클레인에 쓸려갈 때 피맛골 지키기 모임에 활동했던 한 식당주와 통화했다. 그는 “이제 그만하련다. 자식에게도 시키지 않겠다”고 하고는 정말 문을 닫아버렸다. 50년이 넘는 피맛골의 터줏대감이었는데.

 

 

한때 식당을 두고 말하던 농담이 있다. 장사가 잘되면 주방장 겸 사장이 요리를 놓고 카운터에 나가서 계산을 맡는다. 그것도 잠시, 잘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자가용 타고 땅 보러 다닌다는 얘기였다. 고되고 거친 식당보다 땅을 사두는 게 이익이었던 시절의 우화다. 실제 그런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하루 종일 허리를 학대해가며 주방에서 서 있는 걸 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최근 서울시에서 노포를 보존하고 앙양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식당뿐 아니라 오래된 모든 가게가 대상이 된다. 비로소 세월을 안고 살아온 노포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하나 인증제도에 어려움도 있다. 상당수 가게가 입증 자료가 부실하다. 당연하게도 노포가 이렇게 각광받을 줄 몰랐으니 사진 자료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의심스러운 노포’도 있다. 아무 근거 없이 ‘3대를 내려왔다’느니, ‘60년이 되었다’느니 주장한다. 어찌 되었든 변하는 시절을 드러내는 일화다. 오래된 것은 골동이 된다는 사실이 ‘대물림 가게’라는 정신적 의미까지 확장될 줄이야.

 

노포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가게도 많다. 무한경쟁에서 버텨낼 수 없는 다수의 식당들이다. 자료를 보니, 서울 시민은 1000만명이고 식당 숫자는 11만개가 넘는다. 식당 이용 가능 인구를 1000만의 3분의 1로 잡으면, 식당 하나당 서른 몇 명꼴이다. 살아남는 게 버거운 세상이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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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