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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드라마 <리턴>(SBS)이 어제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의문의 살인 사건과 그 용의자인 특권층 2세들의 악행을 파헤친 이 범죄스릴러물은 방영 기간 내내 작품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첫 회가 방영된 직후부터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지적받았고, 영화 표절 의혹이 터져 나왔다. 방영 중반부인 16회에는 제작진과의 불화로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고, 종영을 3주 앞둔 지난 2월 말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이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리턴>은 올해 프라임타임대에 방영된 최고 시청률 드라마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SBS 드라마 <리턴> 포스터.

 

<리턴>의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최근 한국 범죄스릴러물의 여성혐오 수위가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 장르물의 메인스트림이 된 범죄스릴러는 대표적인 남성 중심 장르다. 사건을 추적하는 남자 주인공과 남성 범인 간의 대결 구도가 이야기의 주를 이루고, 여성은 희생자이거나 희소한 조력자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여성의 고통을 말초적으로 전시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영화계의 경우 지난해 개봉된 <브이아이피>가 단적인 사례다. 북에서 온 VIP의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이 범죄스릴러는 네 남자가 극을 주도하는 동안 여성 캐릭터를 ‘여자 시체 1, 2, 3…’으로 소비하며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프롤로그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간살해신에서 피투성이 전라의 여성이 자신을 찍은 사진들에 둘러싸인 장면은 과잉 전시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 같은 경향은 드라마에서도 발견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그 징후가 뚜렷했다. 작년 방영된 범죄스릴러 <터널>(OCN), <보이스>(OCN), <크리미널 마인드>(tvN), <추리의 여왕>(KBS)은 모두 여성연쇄살인을 중요한 범죄로 다룬다. 드라마는 하나같이 괴물 같은 사이코패스를 등장시키고, 그들이 여성들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고문하고 살해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캐릭터를 완성한다. 폭력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은 <보이스> 같은 경우 ‘음성’이라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낸다. 오원춘 살인사건 피해자의 신고전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첫 살인신에서, 이 드라마는 연쇄살인마에게 쫓기던 여성이 살해당하는 음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여성들은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 완성에도 기여한다. 남자 주인공들은 범인에게 가족이나 연인을 잃은 트라우마를 지녔으며 그 여성 피해자의 대리복수자로서 드라마를 이끌어나간다. 그들과 함께 사건을 수사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모두 예외 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몸을 인질 삼는다는 점에서도 이 장르적 관습의 반여성적 한계를 드러낸다.

 

올해 방영된 <리턴>은 범죄의 설계자가 여성이고, 그가 목표로 삼는 대상이 남성 권력자들이라는 점에서 일견 색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훨씬 더 참혹한 여성수난극이다. 여성의 신음소리로 시작하는 첫 회 첫 장면부터가 이 드라마의 본질을 보여준다. 비 내리는 한밤의 차 안에서 습기찬 차창을 스치는 손과 격하게 흔들리는 차체를 긴박하게 담아내던 카메라는 이내 열린 차문 밖으로 길게 늘어뜨려진 여성의 긴 머리카락을 비춘다. 잠시 후 법정신으로 전환된 드라마는 이번에도 폭력이 집중된 여성의 신체를 클로즈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리턴>의 첫 번째 미스터리인 10년 전 성폭행 사건의 왜곡된 진실을 함축하는 신임에도 화면을 지배하는 건 법정 스크린에 내내 떠있는 피투성이 속옷 차림의 여성 시신 이미지다. 겉으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상류층의 악행을 고발하는 사회파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실은 여성의 고통을 전시하는 데 관심이 쏠려있는 것이다.

 

그 여성혐오가 제일 집중된 인물이 바로 첫 장면의 여성 염미정(한은정)이다. 차 안의 격투신 뒤 그녀는 도로 위에 버려진 캐리어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첫 격투신과 시신 발견에는 일주일의 시차가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염미정은 시신 상태로 몇 번이나 유린당하고 유기당한다. 1차로는 약물에 마비된 채 욕조에서 눈 뜬 채로 익사하고, 시신은 콘트라베이스 케이스에 담겨졌다가, 다른 용의자 트렁크로 이동했다가, 다시 땅속에 유기된 뒤, 최종적으로 도로 위로 옮겨진다. 한 용의자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시신 상태의 그녀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수위가 마지노선을 넘었음을 보여준다. 염미정이 결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 가학 행위에 개연성을 주지 못한다. 더 큰 죄를 지은 황제 4인방은 ‘악벤져스’로 불리며 끝까지 활약하는 동안 염미정은 부관참시까지 당하는 시신으로 대부분 존재한다.

 

한국 스릴러 영화가 근대화 과정의 부조리를 담아내며 주류 장르로 올라섰듯이, TV 범죄드라마 역시 소득양극화 시대의 부패권력을 비판하는 사회파 스릴러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 주제의식이 다른 한편으로는 장르의 노골적인 여성혐오를 가리는 역할을 해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드라마는 모든 가치가 시청률지상주의에 매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리턴>이 법정제재를 받은 내용 중 염미정을 향한 남주인공 한 명의 대사는 그 막장의 끝을 보여준다. “넌 그냥 변기 같은 거야. 내가 싸고 싶을 때 싸고 필요 없으면 확 덮어버리는.” 여성혐오 배설의 전시장이 되어가는 드라마를 언제까지 그냥 두고 볼 것인가.

 

<김선영 TV평론가>

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