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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요즘처럼 냉면이 화제가 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냉면에 대해 따따부따한다고 해서 ‘면스플레인(면+explain)’이라는 부정적 뉘앙스의 신조어도 유행한다. 평양(식)냉면이 진짜 냉면이라는 경도된 생각이 이른바 미식가나 ‘좀 먹어주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퍼질 정도다. 평양냉면이 냉면의 시대를 연 것은 맞다. 동시에 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민족은 제각기 냉면을 먹고 있다. 다른 조리법과 다른 맛을 가진 상태로 말이다.

 

저 멀리 일본 북쪽, 모리오카라는 지방도시에서도 그렇다. 인구가 13만명이라는 이 작은 도시에서는 자그마치 450여군데의 식당에서 냉면을 판다. 한국식(조선식) 또는 평양식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그중에서 우리 동포가 문을 열어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집만도 여럿이다. 삼천리, 명월관, 식도원, 뿅뿅사, 성루각….

 

모리오카에는 3대 명물 면이 있다. 완코소바, 자자멘, 그리고 냉면이다. 단연 냉면이 가장 일상적인 음식으로 유명하다. 한국식 불고기집(야키니쿠)에서는 어디든 냉면을 팔기 때문이다. 1954년, 함흥 출신 재일동포가 우연히 이 도시에 이주하여 먹고살기 위해 ‘식도원’이라는 불고기집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그의 차남 아오키(靑木)에 의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여러 동포들의 식당에서 냉면을 다루면서 널리 퍼졌다.

 

우리 혈통에 의해 냉면의 씨앗이 움튼 것이다. 이 지역민들은 이 냉면을 ‘헤이조 레이멘’이라고 부른다. 헤이조는 평양(平壤)의 일본식 발음이다. 물론 모리오카 시민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면서 평양식과는 사뭇 다른 맛으로 현지화되었다. 그러나 냉면 면발과 육수에 깃든 혈연적 유전자는 여전히 살아 있다. 육수라는 한국어를 쓰고 있으며 깍두기 같은 것을 담가서 면에 올려 먹는다. 분틀을 써서 압출하는 식의 제면법도 우리와 똑같다.

 

모리오카 냉면 맛을 처음 본 한국인은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한국의 평양냉면과 달리 면발이 쫄깃하기 때문이다. 메밀 대신 전분과 밀가루로 면을 뽑는 까닭이다. 기실 서울의 평양냉면도 이미 서울화된 것이니 제각기 뿌리내린 곳에서 다르게 변화해 왔다고 해야 맞다.

 

당대의 북한식 평양냉면은 면발이 상당히 쫄깃하다. 식초와 겨자도 듬뿍 친 육수의 맛은 자극적이다. 서울에서 유행하는 냉면과는 다른 맛이다. 그러니 서울사람들에게 표준화되다시피한 ‘슴슴한 육수와 툭툭 끊기는 메밀면’이라는 공식은 오히려 ‘오리지널’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많은 남한 사람들이 평양과 금강산, 개성에서 냉면을 맛볼 수 있었다. 남북관계가 유연했을 때의 이야기다. 옥류관과 평남면옥, 유경호텔과 고려호텔의 냉면 맛이 회자되었다. 어쩌면 남북관계는 냉면을 통해서 다시 복원될지도 모른다. 냉면세계대회 같은 건 어떨까. 모리오카와 미국과 중국, 남북한의 냉면이 다 모이는 일은 대단히 재미있을 것 같다. 모리오카 냉면을 먹으면서 든 생각이다. 도대체 우리에게 냉면이란 무엇인가 하는 쩌릿한 감동 같은 것이었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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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