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걱정되는 요리사의 호흡기 건강

드디어 요리사의 호흡기 질환 중 폐암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월23일, 학교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던 이아무개씨가 폐암으로 사망한 것은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인정했다. 그는 오랫동안 반찬을 볶고 튀기는 일을 해왔고, 이것이 폐암을 일으켰을 것으로 판정받은 셈이다. 이번 공단의 조치는 조리실의 환경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아무개씨가 일하던 학교 조리원들은 조리실의 배기시설이 문제를 일으켜서 수차례 수리와 보강을 요구했다고 한다. 질병 인정은 다행이지만 만시지탄이다.

 

사실 그동안 조리실의 환경 이슈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단위 산업현장처럼 규모가 큰 작업장 중심으로 산업안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요리사들이 대부분 2~10인 미만의 영세한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산업안전 문제를 개별 가게 주인에게 맡기는 정도였다고나 할까. 작은 식당 등을 열 때 배기시설이 충분한지 관에서 꼼꼼하게 점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배기시설을 설치할 때 주인이 성의 있게 돈을 써야 하며, 시공업체의 기술이 좋아야 하는 운에 딸린 문제였던 것이다. 심지어 영세한 식당이 워낙 많아서, 배기시설을 가동하면 냉난방비가 많이 나온다며 가급적 끄고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표준적인 배기시설 기준도 들어본 적이 없다. 가게의 크기와 요리의 종류(이른바 cooking fumes, 즉 조리 연무와 연기)를 두루 고려한 기준을 현장에서는 잘 모른다. 요리사들 사이에서는 고깃집이 제일 호흡기에 안전한 작업장이라는 비애 어린 농담이 있다. 손님들이 연기와 냄새에 민감하므로 주인과 시설 업자가 배기시설을 잘 갖춘다는 얘기다. 생각해보라. 요즘 고깃집은 테이블마다 환기 밸브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가.

 

사실 식당 인테리어나 장비는 기막히게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흡·배기에 관해서는 그다지 발전한다는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다. 배기력이 크면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낮으면 충분치 않아서 조리실이 뿌옇다. 가게가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배기의 구조를 짜는 데 애를 먹기 때문에 기술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 위험지대에 놓인 요리사들을 대상으로 호흡기 검사를 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다. 늘 그랬듯이 각자도생의 길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요리사의 호흡기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요리의 흐름이 점차 더 많이 굽고, 볶고, 튀기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호흡기에 나쁜 기름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치킨집이 수만곳에 달하고, 고깃집도 식당 업종 중에서 단연 일등이다. 상당수 한식당은 삼겹살 등 연기가 많이 나오는 고기 메뉴를 팔지만 배기시설은 벽에 달린 팬 한두 개가 고작이다. 앞서 말한 대로 그나마도 끄고 영업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최근 서울 지하철에 대형 공기청정기가 설치되고 있다. 그 큰 대합실을 정화하겠다는 패기 있는 조치다. 주방시설에도 이런 질 좋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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