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칼럼

[노래와 세상]고통스럽다, 청춘

작금의 청춘들은 고통스럽다. ‘청춘예찬’부터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청춘을 위로하지만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늘 변방이었다.

 

록밴드 크라잉넛은 청춘의 상징과도 같은 밴드다. 데뷔한 지 20여년이 된 밴드지만 여전히 패기를 잃지 않고 노래한다. 피가 끓는 청춘이라면 ‘말 달리자’를 시작으로 ‘밤이 깊었네’에 이어 ‘좋지 아니한가’를 메들리로 부르면서 좁은 노래방을 누벼봤을 것이다.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나면 가슴속 쌓였던 울분이 풀렸으리라.

 

무명 시절 오디션에서 떨어진 뒤 버스비까지 털어서 호두과자를 사 먹는 바람에 걸어서 집에 가면서 지은 이름이 ‘크라잉넛’이라지만 그마저도 정설은 아니다.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두를 알고 있지 닥쳐/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 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1995년, 자칭 펑크음악 전문가들이 크라잉넛 음악을 비난하는 게 아니꼬와서 속으로 “닥쳐”라고 말하는 바람에 탄생한 노래다. 이상혁은 영어를 뒤섞어야 세련된 록음악으로 대접받는 게 못마땅해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 홍대앞 인디밴드 출신인 이들이 소극장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세 명뿐이었던 여성 관객이 동시에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다. 1998년 외환위기로 힘들어진 청춘들에게 무대 위에서 기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조선펑크 밴드 크라잉넛은 우상이자 탈출구였다.

 

그리고 다시 오늘. 청춘들은 여전히 답답하고 울분에 차 있다. 그래도 청춘에게 “닥쳐”라고 말하면서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싸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힘내라, 청춘.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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