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영혼의 안식처

4평에 불과한 거장의 안식처 내부 모습. 출처 Improvised life

유명 관광지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도시 카프 마르탱. 지중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작은 통나무 오두막이 한 채 있다. 너비와 폭이 각각 3.66m, 그리고 높이 2.26m에 불과한 초협소 주거의 주인은 바로 생전에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칭송받는 르코르뷔지에가 마지막을 함께한 집이다. 이 휴가용 오두막은 그가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던 시기에 만들어져 자주 애용한 치유의 거처였다.

 

큼지막한 통나무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목조 주택으로 보이지만 실은 조립식 프리패브 방식으로 만들고 겉을 통나무 표면으로 치장한 것이다. 내부 또한 합판으로 마감하여 극도로 소박한 이 공간은 모듈러 시스템이라는 독자의 치수체계가 적용되었다. 모듈러란 인체 비례에 기초한 치수 시스템이다. 종종 논리로 무장하는 것을 즐겨하던 르코르뷔지에가 스스로의 작품에 내재된 질서를 돋보이기 위한 도구로서 고안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각형의 간소한 주택은 인간과 주거의 본질을 탐구하던 르코르뷔지에가 최소한의 공간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통해서 쾌적함을 직접 확인하려 했던 일종의 실험 장치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다음 창조와 도전을 위해 고요히 사색할 수 있는 그만의 케렌시아였다. ‘케렌시아’란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말한다. 1965년 8월27일 향년 77세로 오두막집 앞 바다에서 수영 중 급사하기까지 이곳에서의 사색은 지속되었다. 사랑하던 아내와 어머니를 연이어 먼저 떠나보내고 상심에 빠진 그는 마치 유서를 남기듯 20대의 장대한 여행의 기록을 <동방에의 여행>이라는 책으로 정리한다. 육지보다 바다를 사랑했던 그의 이러한 죽음은 스스로 원했던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그의 장례는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에 의해 루브르 궁전에서 국가장으로 치러졌다.

 

스위스의 외딴 마을에서 홀로 파리로 상경한 그는 이전까지의 상식과 관습을 타파하는 전위 건축가로서 인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새로움에 관대한 도시로 보였지만 실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 스스로를 교묘히 선전하고 드센 건축가로 연출하였던 그는 이곳에서만큼은 자아 본연의 모습으로 안식을 찾았다. 오두막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지중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그는 아내와 같이 평온히 잠들어 있다.

 

조진만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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