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황사에도 안전한 에코 돔

1960년대 맨해튼을 덮은 돔.

미국의 발명가이자 건축가인 벅민스터 풀러(1895~1983)는 당시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선구적인 이상을 가지고 기상천외한 해결책을 제안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최소한의 에너지와 재료로 최대의 가치를 만든다는 다이맥시온(Dymaxion)의 철학으로 조립식 주택과 자동차를 결합한 이동식 주택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수많은 아이디어 중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1960년대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를 덮은 지름 3.2㎞의 투명한 돔(Dome)이다. 돔 구조체는 최소한의 부재로 최대한의 공간을 형성한다는 점과 비교적 얇은 두께로도 높은 강도가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신문지를 펴서 달걀을 치면 꿈쩍도 하지 않지만 돌돌 말아서 치면 충분히 깰 수 있는 강도가 되는 원리다. 일찍이 그는 지오데식(Geodesic) 돔이라는 작은 삼각형의 구면 격자로 거대한 곡면을 형성하는 독자적 방식을 개발해 박람회장이나 콘서트홀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을 실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돔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약적으로 재료나 비용이 절감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거대한 돔 안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거나 기존의 도시를 돔으로 덮자는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돔의 표면적은 그 속에 들어가는 건물들의 전체 표면적의 8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돔 안에 있으면 개별 건물의 벽과 창문, 지붕에서 발생하는 열손실이 8분의 1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리고 표면의 빗물을 모아 내부에 나무들을 키우고 생활용수로 활용함으로써 내부에는 깨끗한 공기가 유지된다. 하지만 그는 이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 돔의 규모나 비용의 문제라기보다 토지나 건물주의 기득권 문제가 더 난제였다.

 

그러나 약 반세기가 흐른 뒤 영국의 남서부 콘웰이라는 폐광지역을 재생하는 데 이 아이디어가 활용된다. 35에이커에 걸쳐 흉하게 방치되었던 채광 굴이 지름 120m의 대형 돔이 여러 개 연속되어 내부에 거대한 자연을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에덴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공간은 지속 가능 건축의 표본으로서 수많은 관광객과 어린이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한다. 물론 풀러의 상상력이 있었기에 실현된 새로운 가치였다. 요즘같이 황사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가며 도시를 우중충하게 만들 때면 제일 먼저 뇌리를 스치는 건축이다.

 

조진만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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